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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19, 보건의료제도의 새 판을 준비하자

간호조무사신문 | 기사입력 2020/05/26 [16:38]

포스트 코로나19, 보건의료제도의 새 판을 준비하자

간호조무사신문 | 입력 : 2020/05/26 [16:38]

▲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내과전문의)  © 간호조무사신문

 

2020년 5월 25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자가 550만 명을 넘어섰다. 4월 초에는 1주일 만에 2배가 증가할 정도로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도 34만 명을 넘어 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만 명을 넘어섰으며 의료인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왔다. 지구촌이 코로나19'몸살'을 앓는 것을 넘어 재앙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어디까지 더 악화될지 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심스럽게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전망들도 나온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뉴 노멀(new normal), 즉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인해 인류의 삶과 문화, 경제 등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각 국의 보건의료제도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증유의 감염병 위기 속에서 각기 다른 보건의료체제와 제도의 명암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확진자의 수와 사망률이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이며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의학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하루에 1천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정 반대로 세금을 통해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영국, 이탈리아 역시 확진자 증가와 높은 사망률로 위기에 처했다. 반면에 의료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독일 등은 비교적 선전을 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차이가 단순한 지불제도와 의료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적 차이와 각 국의 대응, 첫 유행국가인 중국과의 교류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세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세금을 걷어 무상의료를 하는 나라들의 코로나19 사망률(9.2%)은 의료보험 국가(3.1%)에 비해 거의 3배가 높다.

 

 

이러한 치료 성적의 차이는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진단과 검사, 치료 능력의 차이 때문이다. 의료보험 국가에 비하여 낮은 수준인 컴퓨터단층촬영(CT) 보급률이나 병상수 등이 무상의료 국가의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의료비용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무상의료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의료진에 대한 처우가 낮아 우수한 인력의 해외 유출이 일어나고 의료진들의 진료 수준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상의료 국가와 정반대로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을 민간보험 시스템에 맡기고 있는 미국도 정답이 아니다. 세계 의학을 주도하는 미국 의료계이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방역에 실패하여 확진자 수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에 많을 경우 하루 사망자가 1천명에 육박할 정도의 비상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기존의 문제점에, 대부분의 병원이 민간병원이다보니 경영난으로 줄어든 병상수가 위기를 악화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의료수가를 무상의료 국가 이하, 세계 최저수준으로 통제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제도다. 낮은 투입(input)으로 높은 산출(output)을 얻어내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가 가능한 이유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며 다른 나라보다 긴 근무시간에 익숙해져 있는 의료진의 과도한 노동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키워진 의료진의 세계최고 수준의 '맷집', 평소 우리 의료제도의 문제로 지적되는 의료기관 사이의 과도한 경쟁의 산물인 많은 병상과 과잉 공급되었다는 검사 장비, 그리고 대충할 줄 모르는 의료진의 악바리 근성과 위기에 강한 한국인의 특성이 합쳐져 갑작스러운 환자 폭증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이를 소화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십 수 년 간, 건강보험에서 국가가 보장하는 비율을 늘이고(보장성 강화) 개인이 부담하는 비급여를 축소해야 하며 심지어는 유럽 복지국가들처럼 무상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역설적으로,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한국 의료의 문제점들은 오히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앞으로의 보건의료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그 어느 나라의 것도 우리보다 낫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큰 문제라고 지적해 왔던 것들이 막상 위기에서는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의료계에 대하여 국민이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야 말로 어느 때보다 이러한 논의를 하기에 적기라고 할 수 있다. 보건의료제도의 새 판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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